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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힘으로 윤석열을 탄핵시켜서 대선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광장에 함께했던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목소리는 정책화되지 못하고, 표를 달라고 장밋빛 언사를 날리지만 유력 후보들에게는 실천 의지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대선 후보들은 오늘 여기 모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길 바랍니다.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실천 의지를 입증하기 바랍니다.”
2025년 5월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중소상인·자영업자 민생위기 성토대회’에 나선바다이야기 사이트
김남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장이 목소리를 높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수많은 경제위기를 극복해왔지만 지금은 역대 최악의 상황”이라며 “자영업자들은 최후의 전선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극심한 경제 침체와 자영업 붕괴의 심각성을 후보들이 모르지는 않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체리마스터 pc용
보의 10대 공약 중 3번 공약,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7번 공약이 ‘소상공인 살리기’ 정책이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도 5월13일 경기 김포에서 폐업 위기 자영업자를 만나 부채 탕감 등의 정책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자영업자들의 절망은 깊다. 소상공인 10명 중 7명이 “우리 상황이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소상공인연합회, 2025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년 4월)고 본다.
한겨레21 기자들이 영남과 호남, 강원과 충청 지역에 흩어져 지역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경기침체기에 산업부문의 퇴출 인력을 흡수하고 호황에는 노동력을 공급하는 경기변동의 완충지대 역할(이종현, ‘1970~2000년 한국경제의 성장기 자영업 소상공인에 대한 연구, 2022)을 해왔던 한국의 자영업, 그중에서toptv
도 지역 자영업자들은 이대로 소멸할 것인가? 정치는 신음하는 자영업자들의 절망에 대책을 갖고 있는가?
#1.
2025년 5월13일, 울산은 거대 양당의 대통령 후보 유세로 시끌시끌했다.
“12월3일 내란으로 송년회도 다 포기하고, 불안해서 집 밖에도 안 나가고, 가계소비는 줄고, 대한민국 경제가 완전히 알라딘예시
북극이 됐어요. 내란의 직접적 경제 피해가 6조5천억이라고 합니다. 회복하는 게 쉽겠습니까?” 롯데백화점 울산점 앞,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 남구 신정시장에서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큰절을 했다. “요즘 힘드시죠? 장사도 어려우실 텐데 제가 반드시 경제 살려내겠다고 인사드립니다!”
그날 울산 최민수(39·가명)씨의 카페는 조용했다. 위아래층 상가는 곳곳이 공실이다. 골목길의 작은 카페는 맞은편 대형 프랜차이즈의 저가 커피와 싸우고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를 받는 거대 배달 플랫폼에 짓눌린 지 오래다. 2025년 들어 여러 번 폐업을 생각했다는 그는 “대출 연장이니 배달 지원금이니 하는 공약, 하나도 안 반갑다”며 “정치권이 민생을 외면하는 모습에 화가 나 투표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2.
“이 중에 강릉 분들 손 들어보세요! 강릉 시민들, 손님 많이 오니까 좋아요?”
어린이날 연휴가 시작된 5월3일 ‘골목골목 경청투어’란 이름으로 선거유세에 나선 이재명 후보가 관광지로 유명한 강릉 안목해변을 찾았다. 강릉 구도심 골목에서 피시(PC)방을 운영하는 이극상(60)씨는 “연휴라 관광지에 사람이 몰렸지만 골목에선 사람 찾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때 없앤 직원은 다시 고용할 엄두도 못 낸다. 세 차례에 걸쳐 진 ‘코로나 빚’ 8천만원은 그의 노년을 옥죈다. 그는 “골목상권을 살릴 정책 하나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의 현실”이라며 “코로나 때 가게를 그만뒀어야 했다”고 한숨지었다.
우호적 조건은 눈 씻고 봐도 없다
6·3 대통령 선거가 임박하면서 각 정당 후보들이 전국의 여러 지역을 돌고 있다. 그렇게 후보가 지나간 자리에 한겨레21이 찾아가 신음하는 지역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영남과 호남, 강원과 충청 지역에서 심층 인터뷰에 응한 자영업자 8명은 모두 “올해가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더 힘들다”며 “빚 때문에 폐업조차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에서는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 자영업자들의 하층이 붕괴하는 조짐이 뚜렷했다. 경기불황과 고물가, 코로나19로 떠안은 빚더미 속에 실업·돌봄·노동·고령화 등 경제·사회적 문제, 상가 공실을 부르는 소비 유형의 변화, 대기업이 장악한 유통망과 골목상권 붕괴, 빅테크(거대 기술) 플랫폼의 독점과 횡포, 그리고 지역 소멸의 문제가 지역 자영업자들의 절망에 녹아들어 있었다.
몇몇 수치로 그 절망을 일부 가늠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고(2월 1.6%→5월 0.8%) 외식산업 경기 예측은 극도로 부정적(2023년 1분기 86.91→2025년 1분기 70.76)이다. 폐업이 늘어 2025년 4월 자영업자 비율은 전체 취업자(2888만7천 명)의 19.44%(561만5천 명)로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그런데 ‘나홀로 자영업자’ 수는 2025년 계속 늘고 있다.(1월 409만1천 명→4월 421만5천 명) 가난한 사장들이 몸으로 버티는 셈이다.
막다른 신호도 감지된다. 2025년 1분기 중소벤처기업부에 원스톱폐업지원을 신청한 건수는 2만3700건으로, 2024년 같은 기간보다 64.2% 늘었다. 이제 5월인데 한 해 지원 목표인 3만 건이 거의 다 찼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25년 3월 폐업 소상공인 820명을 조사한 결과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부진’(82.4%), ‘최저임금·임대료·관리비의 급격한 인상’(61.6%),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채무와 금융비용 부담’(47.7%), ‘진입장벽이 낮고 공급이 많은 과잉 경쟁’(30.1%), ‘지역·지방 상권 침체’(22.0%)가 어려움의 이유로 꼽혔다.
5월8일 저녁 6시,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위치한 40여 평 크기의 삼겹살집은 저녁 시간인데도 모든 테이블이 비어 있었다. 인근에 에스케이(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이 있어 이곳은 5년 전만 해도 “까만 사람 머리만 보일 정도로” 북적이던 청주의 주요 상권이었다. 사장 임문철(54)씨는 식당을 하며 아이를 대학에 입학시킬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노후가 막막해질 줄 몰랐다.
“2년 전부터 심각해졌어요. 코로나 끝나고 잠깐 회복되더니 다시 고꾸라지는데 매출이 3천만원에서 2천만원대로, 나중엔 1천만원대로 떨어지더라고요. 고깃집은 매출의 50%를 식자재비가 차지하고, 그다음 인건비랑 임대료가 나가는데 지금은 한 달 적자가 300만~400만원 돼요. 원래 우리 부부가 직원 2명이랑 같이 일했다가 이젠 직원 1명 두는데도 결국 못 버티고 가게를 내놨어요.”
임씨 부부는 노후 대비 보험 등은 “옛날에 다 깼다”며 장사를 이어갈수록 빚이 쌓여 가게 운영 과정에서 쌓인 부채가 “8천만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임씨의 아내 김경미(가명)씨는 “12월과 1월이 식당 하는 사람들한텐 대목인데 계엄을 했으니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는 못할 짓 한 것”이라며 “환갑 다 됐는데 취업은 못하지, 자꾸 대출받아 빚은 불지, 가게도 팔아야 하고 집도 팔아야 하는데 이제 뭘 해서 사냐”며 한숨을 쉬었다.
내수 침체 속에 임씨 같은 50살 이상 고령 자영업자들은 더욱 막막하다. 한국은행이 5월15일 발표한 ‘늘어나는 고령 자영업자, 그 이유와 대응 방안’ 보고서는 “고령 자영업자들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취약업종(운수창고·숙박음식·도소매)에 몰려 있어 수익성이 더 낮고 부채비율이 높다”며 특히 “고령 재취업 자영업자들 중 46%가 연금 수준이 낮고 근로시간이 긴 생계형(연금 월 79만원, 주당 근로 46시간)”이라고 분류했다.
코로나 이후 ‘반짝’… 곧장 나락으로
젊은 사장도 막막하다. 청주 흥덕구에서 생갈빗집을 하는 김경남(38)씨는 요즘 ‘월 수익 100만원’의 현실 앞에 좌절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시작한 장사였다. “2024년 2월부터 매출이 확 줄어들더니 7900만원 정도 빚이 생겼다”며 “고기는 포장을 뜯으면 사흘 만에 색이 다 변해 버려야 하니 고깃값 손실이 크다. 30평 가게 임대료는 250만원, 인건비에 프랜차이즈 로열티 3%까지 주고 나면 세금 낼 게 무섭다”고 말했다. 김씨는 “정말 어려운 소상공인들은 1~2년 부가가치세 이런 걸 감면해주면 너무나 감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자정쯤 가게 문을 닫은 뒤 새벽 3시까지 ‘배달’ 일을 뛴다. 15개월 된 아들 얼굴을 보긴 더 힘들어져도, 잘 받으면 하루에 2만원을 벌 수 있었다. 김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박상철(가명)씨는 “이 동네 술집들은 완전 (매출이) 빵”이라며 “네일아트·속눈썹 사장들도 다 쿠팡(배달) 뛴다”고 했다.
한때 충청도에서 가장 번화한 곳으로 불리던 청주 성안길은 지역 경제의 쇠락을 더 극적으로 보여준다. 영화관이 있던 대형 복합쇼핑몰은 1층 상가 입구에만 작은 카페가 운영될 뿐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4년 4분기 성안길 상권 공실률 31.1%를 실감케 하는 풍경이었다.
충북 청주시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임문철씨가 저녁 시간인데도 텅 비어 있는 가게에 앉아 있다. 청주=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이곳에 ‘임대 문의’를 붙여놓은 김아무개(58)씨도 8개월 전 옷가게를 폐업했다. 1998년 장사를 시작했다는 그는 “한때 월 임대료 300만~500만원이 시세인 가게였는데, 4~5년 전부터 완전히 몰락하더니 지금은 월 150만원 임대료에도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성안길이 한창 번화한 2000년대 초반엔 월 매출이 1억원까지 간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1억5천만원 정도의 빚이 쌓인 상태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의 퇴로를 확보해주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오히려 폐업을 미룰 때 사회적 비용이 더 커진다”며 “잘 그만둘 수 있게 도와주는 게 개인과 사회에 더 낫다는 장기적 시각으로 정책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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