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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활동이 지구환경을 좌지우지하는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로 들어섰다는 주장이 나온 지 오래입니다. 이제라도 자연과 공존할 방법을 찾으려면 기후, 환경, 동물에 대해 알아야겠죠. 남종영 환경논픽션 작가가 4주마다 연재하는 ‘인류세의 독서법’이 길잡이가 돼 드립니다.
3월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시 길안면으로 번져 숲이 타고 있다. 안동시 제공
경북 의성에 도착한 건 산불이 일어난 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안평면 야산에서 시작된 불길은 이미 안동과 청송, 영양, 영덕까지 번지고 있었다. 산을 스탁피아
따라 이어진 검은 띠, 바람에 휘날리는 재, 잿빛 연기로 뒤덮인 하늘… 마을마다 대피령이 내려졌고, 주민들은 집을 등지고 임시 대피소로 향했다. 하늘을 돌며 물을 뿌리는 헬리콥터는 난폭한 거인 '고질라' 주위를 맴도는 장난감처럼 보였다.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왜소하고 무력한가.
마치 산불은 '옛날의 내가 아니다'라고 선오션파라다이스게임
언하는 것처럼 보였다. 핵겨울 같은 폐허의 풍경을 남기고 간 외국의 초대형 산불처럼, 한국의 산불도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이 되어 나타났다. 솔방울이 화염이 되어 날아다녔다. 산을 넘어다니며 인간을 압도했다. 산불은 살아있는 폭군이었다.
프랑스의 사회철학자 조엘 자스크가 쓴 '숲이 불탈 때'는 인류와 산불에 관한 에세이다. 자스크는증권하는법
산불을 보는 인간의 태도를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자연을 지배하고 산불을 철저히 통제하려는 입장, 다른 하나는 자연을 불가침의 영역으로 보고 산불을 놔두자는 태도다.
하지만 두 입장 모두 자연과 인간을 분리해서 바라본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그리고 불이 덩치를 키우고 번지며 살아있는 초대형 산불이 될 때, 두 입장 모두 괴물에 압도CJ프레시웨이 주식
당하면서 헛된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우리는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어왔고 동시에 자연이 알아서 균형을 찾으리라 기대해 왔다. 하지만 초대형 산불 앞에서 그 믿음들은 쉽게 무너진다.
숲이 불탈 때·조엘 자스크 지음·이채영 옮김·필로소픽 발행·248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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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불과 함께 살아왔다. 불은 파괴이자 재생이고, 두려움이자 희망이다. 인류는 불을 통해 진화했고, 불을 이용해 문명을 일궜다. 동시에 불은 살아있다. "불은 태어나고, 죽고, 앞으로 나아가고, 기어가고, 뛰고, 튀어 오르고, 도망가고, 잠에 들며… 살아있는 생명체가 그렇듯이 먹이를 먹는다." 경북의 산불 현장을 보고 절감했던 문장이었다.
괴물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불을 다독이고 길들여야 한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태우는 '산업적 불'이 태어나면서 불은 판도라의 상자에서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는 괴물로 변했다. 산업적 불은 지구의 물리·화학적 균형을 깨뜨렸고, 이제는 우리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노르웨이의 환경데이터센터 그리드-아렌달은 2022년 공동 발간한 보고서 '들불처럼 번지는 산불'에서 기후변화와 토지이용 변화로 산불의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가 세지면서, 2030년까지 대규모 산불이 14% 증가할 거라고 본다.
아메리카의 원주민 사회에서는 '계획적 불놓기'나 '관리형 소규모 화재'를 통해서 일정한 면적의 숲을 미리 태우기도 했다. 산불은 이미 탄 숲을 건너오지 못한다. 불의 연료가 되는 낙엽, 잔가지가 없기 때문이다. 옛날 사람들은 불을 통해 숲을 청소하고, 생명의 순환을 준비했다. 하지만, 불을 기괴하고 원시적이라고 보는 관념, 하나의 불씨도 허용하지 않는 '완전 진압'의 현대적 이상은 산불을 더 치명적으로 만들고 있다.
경북 의성에서 한우를 기르는 김현권 전 의원이 산불 진화 활동을 하고 와서 쓴 글이다. "불은 끄는 것이 아니라 태우는 것이었다. 불과 싸우는 일이 아니었다. 타는 불이 어디까지 타도록 둘 것인지 경계를 결정하고, 알뜰히 태워 스스로 꺼지도록 만드는 일이었다."
남종영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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