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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들이 손에 꼽는 한국 여행 매력에 식도락이 있다. 서울 광장시장에는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다. 한식은 이제 주요한 관광 콘텐츠가 됐다.
지난달 24일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한 ‘5월은 바다 가는 달’ 캠페인의 하나로 부산 홀리라운지에서 ‘이모카세 1호 김미령 요리사와 함께하는 부산 제철 바다 한상’이 차려졌다. 점심·저녁 각 30명을 모집한 무료 이벤트에 3300명이 지원했다. 저녁 행사에 참여한 외국인들은 한식에 감탄을 쏟아냈다. 점심 행사는 내국바다이야기게임방법
인 참여로 진행됐다. 참가자 선정 기준은 사연이었다.
“‘흑백요리사’는 정말 좋아하는 쇼이고, 이모카세가 우승하길 바랐어요. 서울에서 이모카세가 하는 ‘안동집 손칼국시’와 ‘즐거운 술상’에 갔는데, 만나진 못했어요.” 미국에서 온 케빈 친이 말했다. 한국인 사연은 더 훈훈하다. 아내 임혜영(55)씨와 참가한 강성철(62)씨는 “조만간 퇴직슈퍼리치
을 앞두고 있는데, 퇴직 고민도 나누고 아내에게 고마움도 전하려고 신청했다”고 했다. 32살 동갑내기 최예선씨와 오상영씨는 오전 6시 광명역 출발 케이티엑스(KTX) 기차를 타고 와 부산 여러곳에서 스탬프 여행을 했다. 오는 9월 결혼식을 앞두고 추억을 쌓고자 ‘이모카세’를 선택했다. 결혼 45돌을 맞은 이창희(71)·김영례(68) 부부는 “바다에 대한 추WRAP
억을 보낸 것이 선정돼 기쁘고, 평소 전국을 다니는데 오늘 행사가 좋은 추억이 될 거 같다”고 했다. 이날 김 요리사는 완도전복회, 부산장어구이, 보쌈, 제주흑돼지로 끓인 돼지국밥, 잡채, 전 등 한식을 내놨다. “음식은 지역 문화를 표현하는 언어”라는 김 요리사를 한겨레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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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령씨가 제철 전복으로 만든 완도전복회. 박미향 기자
―행사에 참여한 이유는?
“지역마다 뭔가를 살려내자는 의미다. 한식에 대한 인식도 높여주는 자리여서, 한식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행사는 많이 참여하려 한다.”
―한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데 한국에선천기누설주식증권
오히려 한식당이 홀대받는 분위기도 있다.
“가깝고 편하고 일상에서 항상 접하기 때문에 더 인식을 못 하는 것 같다. 소중함을 모르는 거다. 약간 멸시하기도 한다. 비싼 돈 주고 파스타, 스테이크는 사 먹으면서 김치찌개가 1만원 넘으면 비싸다고 한다. 항상 나오는 밑반찬도 다 공짜로 생각한다. 밑반찬도 요리다. 하나하나 재료를 볶거나 데치고 무쳐내는 과정을 거친다. 주위에 항상 머물러주는 것의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우리가 한식을 더 사랑스럽고 예쁘게 생각하고 안아줘야 발전할 수 있다.”
―한식을 알린다는 취지로 외국 진출 계획은 없나? 외국에서도 이모카세 인기가 높다.
“외국 한식 행사는 참여할 의향이 있다. 한식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다. 사업적으로는 아직은 계획이 없다.”
―‘흑백요리사’ 출연 이후 일상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달라진 건 전혀 없다. 굳이 한가지 찾는다면 한복을 입다 보니 알아보는 분이 많다. 또 (예약) 문의가 전보다 많이 온다. 그 외에는 없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음식을 직접 만들고, 오시는 분들 만난다. 주방을 지키는 게 인생 목표고 주관이다. 그래서 방송이나 행사 있을 때는 아예 문 닫는다. 내가 직접 준비한 음식을 내놓는 게 예의이자 매너라고 생각한다.”
김미령씨가 만든 부산장어구이. 박미향 기자
김미령씨가 만든 돼지국밥. 박미향 기자
―오늘 내놓은 음식 구성이 좋다.
“(지난해 공사가 발표한) ‘케이(K)-로컬 미식여행 33선’에 식재료로 오른 것들로 만들었다. 양양표고버섯 등 지역별 특산품이다.”
―제주흑돼지로 만든 국밥이 특히 훌륭했다.
“부산국밥을 토대로 더 맛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게 뭔가 고민했다. 부산국밥은 고기 국물에 그저 고기를 얇게 썰어서 내는 게 대부분이다. 요즘 맛있는 얼갈이배추와 쌈배추, 양파, 무 등을 넣어 돼지고기 특유의 기름지고 느끼한 것을 잡았다.”
―수수하면서 품격 높은 맛이었다.
“채소가 순한 재료지만 무게가 있다. 케이푸드 하면 빨갛고 맵다고 외국인들이 생각하는데, 우리 음식은 굉장히 고급스럽고 고풍스럽고 부드럽다. 아름다운 음식이 많은데, 그런 게 부각되어 외국에 알려지면 좋겠다. 오늘 온 외국인들에게 이런 점을 알리고 싶었다. 우리 진짜 (음식) 문화가 알려지면 좋겠다. 음식 알리는 일은 우리 역사와 문화를 전파하는 거다.”
―한식 연마는 어떻게 했나?
“요리를 공부한 적이 없다. 유명한 학교도 다니지 않았다. 많이 배우지도 못한 사람인데 생계형으로 음식을 했다. 먹고살려고 했는데 솔직히 이게 최고다.”
―한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
“정성과 사랑이다. 음식은 온기가 있어야 한다. 그냥 찍어내듯이 만드는 건 음식이 아니다. 누가 먹을지, 이 재료로 어떤 맛을 낼지, 먹는 이가 볶는 걸 좋아하는지, 끓이는 걸 좋아하는지, 부치는 걸 좋아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 마음과 정성을 가지고 만들어야 한다. 그런 따뜻함이 음식의 기본이다.”
김미령씨가 내놓은 잡채. 박미향 기자
―오늘 아들과 함께 왔다는데 가업을 잇나?
“아들 전공이 (외식) 경영이다. 이쪽에 관심이 많다. 경영하려면 음식 관련해서 깊은 속까지 다 알아야 한다고 했다. 주방 바닥부터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그저 얘기해주는 사람이다. 알아듣고 노력하는 건 본인한테 달렸다.”
―‘흑백요리사’ 시즌2가 촬영 중이다. 출연 요청이 있었나?
“시즌1 결과가 아쉬웠는지, 출연 얘기하시는 분이 많다. 시즌1에 출연해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런 좋은 기회를 후배들도 한번 경험해보라고 양보하고 싶었다.”
―유명해지다 보니 난처한 일도 있었다. 위생 문제 등이 거론됐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인정할 건 인정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개선했다. 그러면서 흔들림 없이 지켜갈 건 지켜가면 된다. 핑계 대지 말고 깔끔하게 인정하고 바로 고치는 게 맞다.”
―쉰살이다. 생각보다 젊다고 말하는 이가 많다. 한복 벗을 생각은 없나?
“머리만 다르게 해도 못 알아본다.(웃음) 주방이 내 무대라고 생각한다. 한복은 무대 의상인 셈이다. 주방에 들어가는 순간 자세를 잡고 들어가야 한다. 한복이 도움 된다.”
‘이모카세’ 김미령쌔. 박미향 기자
―앞으로 계획은? 식당 프랜차이즈 계획은 없나?
“내 주방에서 최선을 다해 오는 분들이 웃으면서 나갈 수 있는 식당을 운영하는 게 인생 목표다. 프랜차이즈 계획은 없다. ‘즐거운 술상’은 그걸로 끝이고, 만약 음식점을 또 낸다면 다른 거 할 생각이다. 요리책이 곧 나올 예정이다.”
―어떤 요리책인가?
“레시피와 에세이 성격이 반씩 섞인 책이다. 복잡한 계량 같은 거 없다. 콩나물 하나 무치는 데 티스푼 몇그램, 그런 게 아니라 수저 하나, 그런 식으로 적었다. 왜냐면 초보자가 요리책을 열었는데 너무 복잡하면 하기 싫어진다. 집에 있는 도구로 자취생도 편하게 따라 할 수 있는 요리책을 준비했다.”
그의 고향은 충북 단양이다. 4살 때 서울에 올라왔다. 중학생 때 부친이 사업 부도로 쓰러졌다. 모친이 경동시장에서 국수를 팔기 시작했다. 각종 재료를 다듬으면서 모친을 도왔다. 모친마저 건강이 악화되자 그가 가게를 꾸려가야 했다. 20대 때였다. ‘현장에 답이 있다’란 말을 그는 실천했다. 그의 맛에선 평범한 품격이 느껴진다.
부산/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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