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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연남동 거리에는 다양한 문양과 간판을 단 포토 부스들이 줄지어 있다. 선글라스, 머리띠, 모자 등 다양한 소품이 구비돼 있고 벽면은 손님들의 사진으로 가득하다.
겉으로 보기엔 다 비슷한 기계 같지만,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사진 한 장을 남기는 공간이 아니라 '세계관'과 '분위기'를 담는 셀프 스튜디오. 요즘 셀프사진관은 그렇게 진화 중이다.
기자는 이날 포토 부스 3곳을 돌며 유럽 저택 엘리베이터, 2000년대 하두리, 세탁기 콘셉트로 각각 사진을 찍어봤다.
"유럽 저택부터 세탁기까지"…기발한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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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필터 내부 모습/영상=유지희 기자
"우와 여기, 진짜 유럽 대저택 같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셀프사진관 '크림필터'의 대표 부스. 문을 여는 순간, 마치 유럽의 오래된 저택에 들어선 듯한 엘리베이터 룸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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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나무 벽면에 황동 버튼, 옅은 크림 조명과 벨벳 커튼. 문만 닫으면 19세기 유럽 저택의 엘리베이터 안으로 순간 이동한 기분이다.
포즈를 취하고 셔터가 눌리는 순간, 일상 속 내가 아닌 '설정된 나'가 사진 속에 담긴다. 촬영을 마친 뒤에는 자연스레 "다음엔 어떤 콘셉트를 찍어볼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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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직접 '포토그레이' 하두리 필터와, 플랜비 스튜디오 '세탁기' 컨셉에서 사진을 찍어봤다/사진=유지희 기자
'포토그레이'에선 2000년대 초반의 '하두리' 스타일을 구현한 부스를 체험했다. 카메라에 비친 얼굴은 실시간으로 보이고 보헤지펀드
정 옵션도 선택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화면을 통해 그 시절 포즈를 취해봤다. 어색한 듯 자연스러운 표정, 촌스러운 듯 정겨운 색감. 옅은 노이즈, 특유의 쿨톤 필터. 그 결과물은 묘하게 중독적이었다. 지금 보면 촌스럽지만, 그 시절 감성은 분명 살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들어간 곳은 '플랜비 스튜디오'의 세탁기 중국주식정보
콘셉트 부스. 정말로 드럼 세탁기처럼 생긴 원형 구조물 안에 있는 카메라에 사진이 찍힌다. 은색 철제 느낌의 내부는 SF 영화 한 장면처럼 연출되고, 독특한 앵글 덕분에 전혀 다른 분위기의 셀카가 완성된다.
이들의 가격은 약 6000원~7000원 선으로, 두 장의 사진이 제공됐고 여러 컷을 찍은 뒤 원하는 컷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QR코드로 영상, 사진, 타임랩스 등을 받을 수 있었다.
"BTS랑 사진 찍어 볼까"…"변우석·주지훈도 직접 찍었다고?"
플랜비스튜디오 포토부스/영상=유지희 기자
2017년 대구 동성로에서 시작된 '인생네컷' 이후, 셀프 포토 시장은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처음엔 추억을 남기는 즉석 사진이었지만 지금은 몰입형 컨셉 공간으로 진화 중이다.
'크림필터'는 빈티지 유럽 감성을 강조한 포토부스를 마련했다. 고급스러운 엘리베이터 룸과 벨벳 커튼, 크림톤 조명이 특징이며 전국에 1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운영사 '하루필름'은 2021년 첫 출시 이후 1년 만에 누적 방문자 3100만 명을 기록했다.
'포토그레이'는 복고와 트렌드를 섞은 구성이 특징이다. 얼굴 보정, 아기 인플루언서 유이진, 연예인 정세운 등과의 합성 기능, 예능·영화 콘텐츠 협업, 하두리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 복고적이면서도 트렌디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포토이즘'은 K-POP 중심의 협업 전략이 강점이다. BTS 제이홉, 세븐틴, 엔믹스 등 아이돌과의 협업으로 글로벌 팬들의 지갑을 열었다. '덕질'과 '기록'의 경계에서 셀카는 하나의 '굿즈'가 된다.
(왼)배우 변우석, 김혜윤 (오) 배우 주지훈 /출처=백상예술대상 인스타그램
또 다른 브랜드 '돈룩업'은 기존 정면 구도를 벗어나 하이앵글 촬영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천장 방향에 설치된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는 구조로, 앵글 하나만으로도 역동적인 사진 연출이 가능해 콘텐츠용 사진을 원하는 밀레니엄+Z(MZ)세대의 감성에 잘 맞는다.
특히 최근 백상예술대상과 협업해 찍힌 변우석, 김태리, 김혜윤, 주지훈, 노윤서 등 수상자들의 사진이 화제를 모았고, 지드래곤과의 협업도 호평받았다.
'플랜비 스튜디오'는 세탁기, 뉴욕 지하철, 자동 엘리베이터 등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공간을 구현했다. 건대점은 하루 매출이 704만원에 달할 만큼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으며, 전국 150호점을 돌파했다.
포토 부스 원조 '인생네컷'도 경쟁 가세
인생네컷+ 1호점 익선점 외관 / 출처=엘케이벤쳐스
셀프사진관 시장이 치열해지자 원조 브랜드 '인생네컷'도 '인생네컷+'라는 새로운 포맷으로 반격에 나섰다.
지난달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오픈한 1호점은 몰입형 감성 부스 '메를로'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인 '왓츠 인 마이 백' 트렌드를 확장한 '인마이백' 부스를 선보였다.
누구나 셀카를 찍는 시대, 포토부스는 자신을 연출하는 무대가 됐다. 콘셉트가 곧 브랜드의 생존 경쟁력이 된 셈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방문객의 반응도 뜨거웠다. 일본인 유미씨(26)는 "도쿄에도 셀프 포토가 많지만, 한국처럼 감성적이고 콘셉트가 다양한 곳은 처음"이라며 "한국 오면 꼭 한 번은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주유진 씨(23)는 "즉석 사진은 이제 그냥 찍는 게 아니라 '누구처럼 보이느냐'를 설정하는 거다. 포토부스는 그걸 연출해주는 곳"이라고 했다.
"비슷한 구도는 지루해…차별화가 핵심 경쟁력"
BTS 정국, NCT 위시 유우시 필터로 찍은 사진, BTS 진 협업 필터/사진=독자제공, 유지희 기자
전문가들은 사진 품질이 아니라 컨셉, 경험, 공간의 진정성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셀프 포토 시장은 더 이상 사진 품질로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배경, 비슷한 구도로 찍은 사진이 반복되다 보면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촬영 자체가 재미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변화를 원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최근 포토 부스 업체들은 이러한 소비자 니즈에 대응해 단순 정방향 촬영에서 벗어나 다양한 세팅, 배경, 촬영 각도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며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와의 협업도 좋은 전략인데 소비자가 SNS에 사진을 올렸을 때 '나도 해보고 싶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도록 아이디어와 콘셉트의 다양성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포토 부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단순한 셀카보다 '경험을 담는 공간'을 원한다"며 "예전처럼 똑같은 디자인의 부스를 늘리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몰입도 높은 콘셉트, 촬영 전후의 여운을 남기는 연출, 공간의 분위기까지 감성적으로 설계된 포토존이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하루에도 수십 장의 사진을 찍는 시대에서, 소비자에게 기억에 남는 단 한 장을 남기는 것이 브랜드의 생존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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